이영선행정관,철벽뒤에 꽁꽁숨긴 실체적진실

이영선 행정관 12일 헌재 변론출석, "기밀사항이다" 사실상 전면 진술 거부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진실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해 보인다. '국정농단'과 '세월호7시간'의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지만, 막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청와대 최측근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철벽 뒤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12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마찬가지였다. 이영선 행정관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윤전추 행정관과 함께 평소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인물 중 한명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의 박 대통령 행적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에 폭로된 차은택의 의상실 동영상 녹화파일에서는 이영선 행정관이 최순실씨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이 포착돼 그가 최씨의 개인비서 역할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이영선 행정관은 이 의상실 출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옷값을 정상적으로 지불했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진실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한명이다. 

박 대통령이 옷값을 정상적으로 지불하지 않았다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에도 뇌물 수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국가기밀 이라는 이유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국회 소추위원과 재판관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자신과 박 대통령에게 명확하게 유리한 부분에만 답변하고 나머지 대부분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하지 않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헌법재판관들도 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영선 행정관에게 경고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물었다.

이영선 행정관은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최순실씨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 있나. 본인 가족과 연결돼 있느냐”며 고 물으며 “그런 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본인 범죄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면 증언해야 한다"고 답변을 요구했다.

그래도 이영선 행정관이 증언거부 태도를 견지하자 강원일 재판관은 "최순실과 관련된 건 이 사건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이니 최순실이 몇 차례 청와대를 출입했는지 등은 증언해야 한다"고 거듭 답변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영선 행정관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정확히 모르겠다" 등으로 일관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이영선 행정관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알고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당일 TV를 보지 않았다는 부분과 관련해 "관저집무실에 TV는 없지만 볼 수 있는 환경은 조성돼 있다"는 진술만 한 채 더이상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헌재에 제출하면서 당일 오전 TV를 보지않았다고 한 것관련해 논란이 제기되자 일종의 '주문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이후에도 '세월호 7시간' 과 관련해 줄기차게 답변을 유도했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비밀엄수를 규정한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에 따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증언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소추위원단 측은 이른바 '보안손님'과 관련해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추궁했지만 공허한 답변만 돌아오기는 마찬가지였다.

국회 소추위원단 변호인이 "청와대 부속비서관실 소속으로 있으면서 한달에 몇 번 최순실을 청와대로 데려갔느냐", "보안손님을 데려올 경우 누구 지시를 받나", "보안손님을 데려온 적은 있나" 등을 물었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역시 비밀이라 대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최순실씨의 개인 비서 역할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최순실씨가 자신보다 연장자고 경호전공자로서 몸에 밴 습관이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인 서성건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보도 된 최순실씨와 이영선 행정관의 의상실 장면에 관해 질문했다. 

당시 영상은 2014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의상실에서 찍힌 것이다. 영상을 보면 이영선 행정관은 최씨에게 온 전화를 바꿔주기 전 자신의 와이셔츠로 스마트폰 액정을 닦아 건네는 등개인 비서처럼 행동했다.
 
이 상황에 대해 서 변호사가 “최씨가 대하는 태도가 안하무인으로 반말하고 무엇인가 시키는 등 일반적인 태도와 다르지 않았느냐”며 “이는 최씨가 증인을 무시하거나 박 대통령과 가까워서가 아니라 평소 습관 아니냐”고 묻자 이영선 행정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서 변호사가 "언론에 보도된 영상이 과잉친절 논란을 부른 것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영선 행정관은 “알고 있다. 저는 경호전공자로서, 수행비서로서 몸에 밴 습관”이라고 말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최순실씨의 박 대통령의 옷값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윤전추 행정관이 한 발언만 똑같이 되풀이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에선 “이 행정관이 허위진술을 준비해왔다”며 질타했지만 그의 답변 태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국회 소추위원단 최규진 변호사가 의상대금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이영선 행정관은 “의상실에 의상 금액을 전달한 적은 있다. 대통령께서 돈이라는 말씀 없이 서류 봉투를 주셨다. 만졌을 때 돈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답했다.

앞서 윤전추 행정관이 지난 5일 3차 변론에서 한 "의상실 대금 봉투를 만져보고 돈이란 걸 알았다"는 답변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윤전추 행정관은 “피청구인(박근혜)이 직접 저에게 밀봉된 노란색 서류봉투를 주었다. 돈이 얼마 들었는지 확인한 적은 없고 만져보고 당연히 돈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한 바 있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내주는 등 박 대통령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을 압박해 미르재단 등을 통해 최씨에게 보상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

소추위원단에선 이영선 행정관이 이전 검찰 수사에선 “의상대금 지불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을 들어 이날 헌재 발언이 허위진술이라고 지적했다. 

최규진 변호사는 “‘의상실의 존재는 증인과 윤전추만 안다.’ ‘의상대금 지급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방문할 때 뭐라도 건네주라고 한 게 있냐고 했더니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면서 “지금 와서 의상대금 지급한 적 있을 거 같다고 하는 건 허위진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영선 행정관은 “검찰 진술 당시 상황 말씀을 드리면, 그날 아침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집을) 압수수색 당했다. 굉장히 정신 없는 상태에서 그날 오후 검찰에 출석해서 조사 받으라고 했다. 너무나 경황 없었고,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당황스러워서 발언을 잘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언제쯤 봉투를 전달했나’라는 질문에도 “정확하게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최 변호사는 “이정도도 생각이 안 나나?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데, 그정도 경황 없어서 진술 잘못했다 믿어질 거 같나?”라고 질타하했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헛웃음을 지으며 끝내 답변은 하지 않았다.

사진=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포커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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