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삭발과 회장님의 휠체어

[칼럼] 김경숙 최경희, 최순실 교육 농단 뿌리 밝혀야

이예진 기자 승인 의견 0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등에 특혜 제공 의혹을 받는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포커스>

[스타에이지] 대한민국을 통째로 농단한 일당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 드라마같은 최순실 게이트.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이가 누구일지 벌써 궁금해지는 이 3류 막장 드라마의 조연인 김경숙(62) 전 이화여대 체육학장의 ‘삭발 투혼’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경숙 전 학장은 12일 오전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청문회 출석 당시와 사뭇 다른 초췌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눈썹도 그리지 않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도 벗고 털모자를 눌러 쓰고 등장한 김경숙 전 학장은 항암 치료로 인해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숙 전 학장은 지난 9일 국회 국조특위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2016년 6월 20일에 유방암 2기를 진단받아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항암치료 중 극심한 고통과 통증을 수반하는 항암 화학요법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통원 치료가 불가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1월 4일 오후에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지난 3일 정유라의 학사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된 류철균 이대 융합콘텐츠학과장 교수는 “당시 암투병 중이던 김 전 학장이 ‘머리카락이 빠져 가발을 써야하는 상황이고, 얼굴이 붓는다. 정유라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암투병중으로 알려지며 초췌한 모습으로 특검에 등장한 김경숙 전 학장에 대한 여론은 “쌩쇼 하지마라”다.

김경숙 전 학장이 자신이 중환자임을 보여주면서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구속되더라도 구속 적부심 등을 통해 조기 석방을 시도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동문들의 모임인 이화여대민주동우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이화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명예를 떨어뜨린 것은 최경희, 김경숙 등 차마 스승이라 부를 수 없는 정치교수들”이라며 “최경희, 김경숙 등은 이제라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특검조사에 임해 이화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순실의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김경숙 전 학장은 이대가 체육특기자 과목에 승마를 추가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입학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류철균 교수 등에게 수업 일수가 부족한 정씨의 학사 편의를 봐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경숙 전 학장은 정유라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정부 지원 연구를 수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경숙 전 학장은 또 최순실이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었던 정동구씨와 함께 일하면서 정부 지원 연구들을 따내는 등 K스포츠재단 구성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남편 김제천 건국대 교수의 낙하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은 최씨가 정씨의 이대 입학과 학사 관리를 대가로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이대에 몰아준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이화여대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수혜 대학이다.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대는 작년 교육부가 시행한 9개 사업 가운데 8개 사업에서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178억원의 지원액을 받는다.

국내 전체 163개 사립대 가운데 5개 사업 이상 선정된 대학이 16개(9.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독식'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6개 신규 지원 사업에 모두 선정된 대학은 이대가 유일하다.

신설된 신규 교육 지원 사업은 대학특성화사업(CK), 산업연계교육활성화사업(프라임사업),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사업),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 고교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 등으로 지원액이 2000억원이 넘기도 한다.

최순실 교육 농단이 핵심 고리 역할을 한 최경희, 김경숙 외에 교육부 내부에도 뿌리 깊이 밝혀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하지만 김경숙 전 학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서는 특혜 제공은 물론 정씨와의 관계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국조특위는 지난 9일 김 전 학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국회에서 “아니다”며 밤뺌으로 일관한 김경숙 전 총장의 연기를 지켜본 이들에게 이번 특검 출석의 삭발 투혼도, 따로 있을 지 모를 교육 농단의 몸통마저 가리려는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연기같다. 

김경숙 전 총장의 삭발 연기(?)가 재벌들의 휠체어 검찰 출두와 오버랩되는 것이 필자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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