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41)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행적이 묘연해지면서 그의 신변안전을 싸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영태씨는 현재 개인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이며 주변에서 연락이 닿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다시 태국으로 출국했으며 그곳에서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는 상태다.
고영태씨의 신변안전 우려는 헌법재판소가 1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증인으로 고씨를 소환하려고 했지만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심히 걱정된다. 박근혜 최순실 측근 중 그렇게 하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가?", "고영태가 제2의 유병언이 될 수도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어쩌지" 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경찰의 적극적인 소재파악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다. 이탓에 고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직후 부터 신변위협을 주변에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영태씨가 지난해 10월27일 오후 검찰에 자진 출두하기 직전 고씨의 한 지인은 언론에 "고영태가 전화를 해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살려달라'면서 울먹이더니,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다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고영태씨는 태국 방콕에 머물다가 검찰 출두 당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해 10월20일 언론사에 신변위협을 호소하는 듯한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고영태씨는 태국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9시55분쯤 보낸 이 이메일에서 고씨는 “고영태입니다. 도와주세요”라며 “최순실씨의 취미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란 보도는 나와 무관하다”라고 주장했다.
고영태씨는 지난해 10월 JTBC 기자에게 "최순실의 취미가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것이 보도되면서 국정농단 게이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고영태의 이 한마디가 결국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관여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치명타가 된 셈이었다.
고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이메일을 통해 주장한 것도 미처 예상못한 발언의 파장 때문에 신변위협을 감지했기 때문일 수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린 것도 고영태씨의 작품이었다.
고영태씨는 정유라의 강아지 문제로 최순실씨로 부터 험한 말을 듣고 난 후 격분해 2015년 말 TV조선 기자에게 미르재단 등 최순실의 국정농단 관련 자료를 제보했다.
TV조선이 이 제보를 토대로 지난해 7월 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정에 청와대의 강제모금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후 고영태씨는 지난해 10월 JTBC 기자에게 "최순실의 취미가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즈음 최순실의 태블릿PC까지 공개되면서 국정농단 게이트는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영태씨의 언론제보가 없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는 영원한 비밀로 남거나, 꼬투리가 잡혔다고 해도 그 전모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었을 것이다.
한때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뇌관 역할을 한 핵심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고영태씨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다시한번 최순실의 국정농단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고영태씨는 당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최순실씨한테는 수행비서와 같았다"고 진술해 최순실의 위세와 박근혜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국정농단 부역 행태를 단적으로 증언한 바 있다.
이런 탓에 고영태씨는 국정농단 주축세력에게는 철천지 원수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청문회 당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런 점을 의식해 "최순실씨의 뒤가 무섭지 않았느냐"고 묻자 고영태씨는 "제가 운동을 해서인지 무섭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5촌간 살인사건 등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주변 인물들의 의문사가 속속 드러나면서 고영태씨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신변안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고영태씨의 부하인 류상영 더블루K 부장도 최순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하려한 구체적 정황이 담긴 문서를 검찰에 제출한 이후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최순실씨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가 폭로된 직후 까지만 해도 고영태씨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 태블릿PC의 실체와 함께 최순실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것은 바로 고영태씨와의 관계였다.
지난달 14일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의 전화 녹취파일을 공개했는데 여기서 최씨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고영태씨였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던 초창기에 녹음된 이 통화에서 최순실은 아직 고영태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두 사람간의 관계를 숨기려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큰일 났네"로 시작하는 당시 전화통화에서 최순실은 "그러니까 고(고영태)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거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거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시켜면 다 죽어"라고 했다.
최순실은 당시만 해도 측근이라고 생각한 고영태씨를 통해 태블릿PC가 조작품 또는 도난품이라고 호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최순실은 고영태와 자신의 관계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다. 최씨는 통화에서 "그리고 나랑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면 가방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서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 그걸 통해서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 사실 고원기획(최순실+고영태 합작회사)이고 뭐고 이렇게...저기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가지고 하려다가 도음을 받으려고 했는데 도움을 못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될 것 같애"라고 했다.
결국 고영태는 최순실에게는 국정농단의 비밀을 사수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이었던 셈이고, 이런 만큼 고영태씨가 자신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을 최순실씨의 배신감의 크기도 짐작할 수 있다. 같은날 최순실씨는 자신의 공판에서 K스포츠재단 관련 모든 책임을 고영태씨에게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3차 공판에서 최씨측 변호인은 "미르는 차은택, K스포츠는 고영태가 중심"이라며 "이들은 직책은 없지만 자신의 측근을 재단의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 등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고영태의 한국체육대학교 선후배"라며 "고영태가 (이들을) 추천해 전달한 것이고 (최씨는) 인사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영태는 더블루K의 상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오너였다"며 "최씨를 이용해 설립자금 1억 빌린 후 갚지 않았고, 최씨를 이용하기 위해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미르나 K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았고 고영태씨에 의해 이용된 것"이라고도 했다.
사진=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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