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더러운 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뜻하지 않은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여성 나신 그림을 싸고 늘상 제기되는 '예술이냐 외설이냐' 수준의 논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진영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
박사모와 일베 등 극우 성향 사이트에는 '더러운 잠' 전시를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일부 바른정당 의원, 정미홍 전 아나운서 등도 일제히 '더러운 잠' 전시와 이를 도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공격하고 나섰다.
지리멸렬하던 친박 세력이 다시 결잡하는 데 '더러운 잠'이 결정적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사모 한 회원은 24일 공식 카페에 "표창원 네 마누라도 벗겨주마"라며 '더러운 잠'에 그려진 박 대통령 얼굴에는 표 의원 부인의 얼굴을 최순실 씨 얼굴엔 표 의원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여성 대통령을 누드화로 그려놓고 그것도 작품이랍시고 낄낄거리느냐"며 '더러운 잠' 전시를 도운 표창원 의원에 분노했다.
또 다른 박사모 회원은 "박근혜 대통령님 울지마세요 지금은 저들이 이겻다고 희희낙락 하고 있지만 결국은 정의는 승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항간에 도는 군부 동요설까지 언급했다.
이 회원은 '더러운 잠'과 관련된 게시글 가운데 하나로 올린 글에서 "그리고 당신한테는 수많은 국민도 아직도 당신을 따르는 군이 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당신을 지킬려고 군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절때로 나약해지면 안됩니다"라며 군이 움직이고 있다는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더러운 잠' 파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충원 묘소를 참배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탄핵반대 진영에 '정신적 구심력'까지 형성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24일 박 대통령이 전날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역을 참배했다는 사실을 관련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밖으로 외출한 것은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측은 “설 명절을 맞아 고 박 전 대통령 내외를 참배한 것”이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의 행보가 시국 상황과 무관치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생활 노출을 꺼려하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성묘 사진을 공개한 것 자체가 모종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옥죄여 오자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 대부분이 고 박정희 대통령 부부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모 회원들은 '더러운 잠' 전시에 관여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 회원은 "변호사를 선임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 성행위 그림 및 표창원 의원 주최 박근혜 대통령 풍자 빙자한 모욕 그림 전시회 관련자 공동고발'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원은 지난 21일 촛불집회에 등장한 박 대통령이 성행위 하는 풍자 그림과 표창원 의원이 전시한 '더러운 잠'이 박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박사모 회원들에 공동 고발자로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일부 회원들은 표창원 의원에게 욕설을 의미하는 '18원'을 입금하자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또 이번 사태가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더러운 잠'과 '표창원'이라는 단어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검색도 유도했다.
새누리당도 '더러운 잠'에 대해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과 질 낮은 성희롱이 난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예술인들의 건전한 시국비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더러운 잠'과 관련해 SNS에 “민주당 표창원은 천박하고, 대통령을 모욕하는 그림을 성스러운 국회에 늘어놓음으로써 국회를 더럽히고, 국격을 훼손했다”고 썼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서 "이건 성폭력 수준"이라며 "표의원은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최근 노인 폄하에 이어 이번엔 대통령 소재로 한 여성 비하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시네요"라고 비꼬았다.
'더러운 잠' 논란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 '곧바이전(곧, BYE! 展)'에 박근혜 대통령이 나신으로 누워있는 그림이 전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어났다.
표창원 의원은 주최측인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를 도와 이 전시회가 국회에서 열릴 수 있도록 국회사무처 등에 협조요청을 했다.
논란이 된 '더러운 잠'은 프랑스 유명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원작 인물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이다.
'더러운 잠' 그림의 뒷배경에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명이 그려졌다. 박 대통령 복부에는 놀고 있는 두 마리 강아지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 사진, 사드 미사일도 그려져 있다. 박 대통령 옆에 있는 최순실씨는 주사기로 만든 다발을 들고 있다.
'더러운 잠' 그림이 논란이 되자 국회 사무처는 전시를 중단했다. 시국 비판 풍자 그림 전시회 '곧, Bye! ! 展'은 애초 이달 31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계속될 예정이었다.
논란이 커지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작품(더러운 잠) 자체에 대해서는 풍자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전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표창원 의원은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들었다. 그러나 반(反) 여성적인 측면도 있다"며 "여러 가지 논의를 거쳤고, 최종적으로는 (윤리심판원 회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더러운 잠' 그림을 가리키며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SNS에 썼다.
문재인 전 대표는 “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은 전시회를 도와준 것은 맞지만 해당 그림이 포함돼 있었던 것은 몰랐다는 주장이다.
표창원 의원은 이날 오후 SNS에 '시국풍자 전시회 관련 사실관계 및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표 의원은 이 글에서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고 저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드렸다"며 "시국의 특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에서 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금지를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사무처를 설득해서 결국 전시회가 열렸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표창원 의원은 "이후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다"며 "일부 여당 및 친여당 정치인의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고 했다.
표 의원은 '더러운 잠'과 관련해서는 "전시회가 개막하고 현장을 둘러 본 전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있음을 알았다"며 "'더러운 잠'은 잘 알려진 고전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표창원 의원은 마지막으로 "제가 예술에 전문성이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다"면서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 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더러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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