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진실규명과 막장드라마 사이

6일 법정서 고영태-최순실 첫 대면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한 때 최씨의 최측근이자 전 더블루K 이사 고영태(41)씨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를 두고 다시 논란이 분분하다. 

고영태씨는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최순실씨의 모욕적인 언사와 사람취급조차 하지 않은 안하무인 행태' 때문에 최씨와 결별했다고 했다.  

평소 최순실씨의 갑질에 질려있던 와중에 고영태씨가 정유라의 강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며 최순실씨가 불같이 역정을 부리면서 결정적으로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초기에는 고영태씨가 소개해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최순실씨가 더 총애하게 되면서 고영태씨와 최순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영태씨와 차은택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최근에는 미얀마 K타운 사업과 관련해 최순실씨가 애초 고영태씨에 돌아갈 몫을 장시호쪽으로 돌리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고영태와 최순실 간 신뢰가 무너졌다는 말도 나온다.

최순실씨는 미얀마 K타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K타운 사업 파트너였던 인모씨로 부터  지분 15% 받아 장시호씨에게 넘겼는데 이 지분이 애초에는 고영태씨의 몫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순실씨는 장시호씨에게 지분 등록을 지시하면서 "이건 자손대대로 물려줄 자산이니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K타운 사업에 고영태씨도 주요 파트너로 활동했으나 막상 사업이 결실을 낼 조짐을 보이자 최순실씨가 욕심을 내 고영태씨를 따돌리면서 고영태씨와 최순실씨의 관계가 비틀어진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고영태씨는 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영태씨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일체의 대외적인 활동을 멈추고 사실상 잠적한 상태였다.

헌법재판소도 고영태씨를 증인으로 출두시키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주소 불명으로 출석요구서조차 아직 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최순실-안종범 공판에 고영태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것은 최순실씨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씨는 JTBC가 보도한 테블릿PC를 비롯해 이번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사안이 고영태씨 등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고영태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고영태씨는 지난해 12월7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조사특위에서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경위를 설명했다.

고영태씨는 2015년 초 TV조선 이모 기자에게 최순실과 차은택 관련 자료를 제보했다.

TV조선측은 이를 1년6개월만인 지난해 7월 비로소 보도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대기업 강제 모금을 통해 설립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보도 내용 중에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한 각 언론사들의 취재경쟁이 시작됐고, 지난해 9월 중순 한겨레가 미르-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24일 JTBC가 이른바 최순실PC파일을 폭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것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청문회에서 고영태씨를 가르켜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고영태씨는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가방 때문에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고영태씨는 당시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가방 신상품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최순실씨를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고영태씨는 최순실씨의 주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전용 가방 30~40개와 옷 100여 벌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는 돈독했다. 한창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을 때는 최순실씨와 고영태씨는 나이차이가 20년이나 나는데도 서로 반말 비슷하게 대화를 했다고 한다.

차은택씨도 청문회와 헌법재판소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 남녀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와의 연인관계설에 대해 고영태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부인한 바 있다. 

고영태씨가 최순실씨와 결별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른바 '정유라 강아지'에서 비롯됐다.

2014년 말 최순실씨는 고영태씨의 집을 찾아간다. 몇일 전에 맡긴 강아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 강아지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것이었다. 

하지만 고영태씨는 집에 없었다. 그는 그 시간 골프장에 있었다. 최순실은 결국 그날 정유라의 강아지를 찾지 못하고 돌아왔고 그후 최순실씨는 격분해 고영태씨를 닥달했다. 딸 정유라를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최순실씨가 가만 있을 리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고영태씨는 '욱'하는 마음에 언론사를 찾아가게 됐다고 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이 평소에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고 막말하고 종 부리듯 했다"고 했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정유라 강아지 건으로 폭발한 셈이다.

막판에는 최순실씨가 고영태씨의 집에 쳐들어가 자기가 준 물건과 돈까지 죄다 가져와 버렸다는 증언도 있었다. 

차은택씨는 "최순실이 고영태의 집에 찾아갔다고 들었다.집에서 물건과 돈을 갖고 왔고 그 돈이 본인의 돈이라고 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청문회에서 말했다.

고영태 씨는 지난해 12월7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에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보다 권력서열이 높다는 세간의 시각에 대해 동의한다”며 “최순실 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수행비서처럼 여겼다”는 증언을 해 국민들로부터 저격수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이에 대해 최순실 씨는 자신의 변호인에게 “국정농단의 핵심증거로 드러난 태블릿 PC가 JTBC에 넘어가게 된 것도 고영태가 꾸민 일”이라며 “더블루K도 고영태가 한번 운영해보겠다고 해서 자본금을 대줬을 뿐이지 자신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더블루K 대표도 고영태가 맡으려다 신용불량자 신세라 조성민 씨를 내세웠다”는 것이 최순실의 주장이다.

최순실 씨는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고영태의 진술은 완전 조작이다”면서 “고영태 등이 계획적으로 게이트를 만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열린 헌재 9차 변론 직후 취재진들에게 "고영태를 불러 증인신문을 하면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오해와 의심이 충분히 풀릴 것"이라며 "고영태와 그 일당들의 주장 자체가 전부 다 허위라는 것을 저희가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또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과 고영태가 불륜관계에 빠지면서 시작됐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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