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구 변호사, 승리선언인가?

박근혜대통령 변호인단 서석구 변호사 14일 헌재 변론 앞서 심판정서 태극기 퍼포먼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서석구 변호사가 14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이 시작되기 직전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서석구(74·사법연수원 3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변론장에서 태극기를 펼쳐들었다. 마치 70~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종종 썼던 '법정 투쟁'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됐다.

서석구 변호사가 헌재에서 '태극기 투쟁'을 한 의도는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진박 세력에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다. "이제 대한문 앞 뿐 아니라 헌재도 우리가 접수했다"는 일종의 승리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합류한 직 후부터 법리공방 보다는 '정치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서석구 변호사는 소크라테스와 예수까지 거론하며 박 대통령을 언론조작에 의해 세뇌된 군중에 의해 돌팔매를 받는 인물로 묘사했다. 촛불 집회는 좌경세력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어처구니 없는 것 같던 이런 서석구 변호사의 주장은 그런데 현실에서 먹혀들었다. 그 뒤 보수단체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를 불렸다. 최근엔 촛불집회는 맛이 갔고 이젠 태극기 집회가 광장을 접수했다고 자처할 정도다.

수구보수층을 자극함으로써 이른바 '샤이 박근혜' 세력이 태극기 깃발아래 모일 수 있게 하는 데 서석구 변호사는 주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서석구 변호사의 태극기 퍼포먼스는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승리를 자신한다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서 변호사를 비롯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그동안 헌재에서 해온 일은 시간끌기가 사실상 전부였다. 

박 대통령측은 박 대통령 직접 출두나 변호인단 전원 사임 등 3월13일을 넘길 수 있는 갖가지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정미 재판관의 사임하면 헌재는 사실상 '식물 헌재'로 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관이 7명인 상태에서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설사 인용결정이 나더라도 박대통령측은 헌재 구성의 정당성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 있다.

재판관 2명만 반대의견을 내면 탄핵소추가 기각될 수도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인 성향만 놓고보면 서석구 변호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보수적 인사가 과반을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석구 변호사는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본 결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음을 태극기 퍼포먼스를 통해 수구보수층에 알린 셈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14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태극기를 펼쳤다가 제지를 당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이날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3차 공개변론이 시작되기 전 태극기를 펼쳐 보였다.

서석구 변호사는 미소를 지은 채 방청석을 향해 태극기를 펼쳐 보였다가 헌재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자 태극기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서석구 변호사는 또한 책상 위에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인 김평우 변호사의 탄핵반대 저서 ‘탄핵을 탄핵하다’를 올려놓기도 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집회에도 수 차례 참석한 바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탄핵심판 초기부터 돌출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특히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에서는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며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이라고 주장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또 “국회가 (탄핵안이) 다수결로 통과됐음을 강조하는데,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 다수결이 언론 기사에 의해 부정확하고 부실한 자료로 증폭될 때 다수결이 위험할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 등에 비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올해 73세의 고참 변호사다. 본디 판사 출신이다. 집안에 돈이 없어서 중간에 변호사로 개업했다고 한다.  

서석구변호사는 자신이 한때 좌경판사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서 변호사는 부산지법 근무 때 이른바 '부림사건'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이었다. 부림사건은 2013년말 개봉된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서석구 변호사는 당시 부림사건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 변호사가 스스로를 '좌경 판사'였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지금은 당시 부림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 자신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서 무언가 동정심이 가서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서운 빨갱이들을 자신이 풀어준 꼴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영향 탓인 지 서석구 변호사는 좌파에 대한 혐오감이 엄청나게 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석구 변호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직후인 지난달 초 부터 헌법재판소 변론 과정에서 평균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발언과 행동을 수차례 보였다.

서석구 변호사가 지난 달 5일 헌재 2차 변론에서는 촛불집회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고,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크라테스와 예수처럼 군중재판으로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서석구 변호사는 검찰과 특검 수사도 사실상 부정했다. 야당 물이 든 검사들에 의해 진행된 조사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들이 제기한 공소장은 정치검사들의 의견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서석구 변호사의 이런 발언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일종의 변론전술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변론전술 차원에서 한 발언이 아니라 서석구 변호사의 신념이자 진심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달 6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들을 들어보면 서석구 변호사가 진짜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 지 헷갈릴 정도였다. 

변호사로서 탄핵심판의 법적 문제점과 따지면 될 일인데, 정작 서석구 변호사가 한 발언들은 극우보수세력의 규합과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사실상의 '정치선동'이 대부분이었다.  

서석구 변호사는 당시 "박 대통령을 인격살인하고 모욕을 주는 괴담과 유언비어가 판을 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기본적인 상황인식인 셈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적개심도 확실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에서 아직 대통령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을 처형할 단두대를 설치하고 6.25 전범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 석방을 요구했다. 촛불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다"라고 했다.  

사회자가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는데 그중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라고 반론하자, 서석구 변호사는 정체불명의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재 반격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100만 광화문 집회할 때 미국 국방부가 인공위성으로 찍어가지고 11만 3374명이라고 공표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100만이라고 뻥튀기를 하느냐"고 강변했다.

반면에 보수단체가 주최한 맞불집회, 이른바 태극기 집회와 관련해서는 서석구 변호사는 "보신각 집회에서 100만 이상의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며 "이것이 민심이다"고 주장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북한의 노동신문에 최순실 사건을 폭로한 ‘남조선 언론’을 갖다 정의와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 정의로운 행동에 나섰다. 이거는 도대체 뭡니까"라며 "한국 언론이 이석기 석방 정치탄압 희생양이라고 하기 때문에 북한이 그런 보도를 한다"고 색깔론도 덧칠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최순실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그런 막강한 권력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도 자세히 보면 이것이 최순실 것이 아니고 JTBC 자료모음이라고 돼 있다"는 주장도 했다. 

"최순실이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자주 들락날락했는데 최순실 태블릿 PC라면 거기에 대한 사진이 있어야 되는데 없었다"는 것이 서석구 변호사의 주장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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