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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포커스뉴스 |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우병우가 18일 오전 석달 열흘만에 다시 조사실로 들어간다. 지난해 11월 6일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조사실이었고, 이번엔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우병우의 출두는 1차, 2차 모두 주말에 이루어지게 됐다. 1차 때는 일요일, 이번 2차 때는 토요일이다. 주말에는 아무래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물론 일반 국민의 관심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검도 검찰처럼 우병우 기세에 눌렸거나 검사 출신이 많은 특검에서 일종의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만 하다. 특검팀측은 "주말을 피해 소환 여부를 결정할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우병우의 이번 출두는 1차 때에와는 법적 신분이 다르다.
1차 때는 단순히 피고발인 신분이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강남 처가 땅 매각 특혜 거래 의혹,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의혹, 아들의 군 생활 꽃보직 논란 등에 대해 피고발인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관련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 특별수사본부의 조사결과 내용도 일체 공개된 것이 없다.
특별수사본부 조사와 관련해 국민에 알려진 것은 조사를 받던 우병우가 두툼한 관제 점퍼를 입은 채 팔짱을 끼고 앉아 있고, 그 앞에서 젊은 검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두손을 모으고 공손히 서 있는 장면이 찍힌 파파라치성 사진이 전부다.
하지만 이번 특검 출두에서 우병우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참고인이나 단순 용의자 보다는 처벌 면에서 한단계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특검이 우병우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 자체가 사전 조사를 통해 혐의 내용을 입증할 자료와 증거를 상당수 입수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 특검 안팎에서 흘러나온 우병우의 혐의 내용을 죄목으로 정리하면 직무유기, 직권남용, 국회위증, 횡령 등 개인비리 등 크게 4가지다.
#. 최순실 국정농단 비호 묵인 직무유기 의혹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우병우에게 향한 첫번째 혐의는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에 명시돼 있는 직무유기 혐의다.
특검법은 제2조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에 우병우 만을 겨냥한 조항을 2개나 할애했다.
특검법는 제2조 9호, 10호에서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건(최순실 국정농단) 과 관련하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비서관 재임기간 중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 또는 비호하였다는 의혹사건"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의 모금 및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해임되도록 하였다는 의혹사건"을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 중 9호가 국정농단 묵인 비호에 따른 직무유기 혐의다.
우병우가 청와대에 처음 입성한 것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이다. 검사장 인사에서 '물 먹고' 변호사로 재야 생활을 하다 어느날 조용히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특채됐다.
민정비서관 우병우는 세월호 관련 수사와 그해 말 터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을 박근혜 대통령-김기춘 비서실장 코드에 맞게 마무리하면서 8개월만에 민정수석으로 승진한다.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재임한 2015년 1월부터 22개월 동안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삼성의 정유라 명마 구입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 등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비즈니스가 대부분 이루어졌다.
특검법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우병우의 직무유기 혐의를 지목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외압= 우병우는 지난해 3~6월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 5명이 산하기관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하는데 부당하게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우병우가 문체부 인사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부당 인사의 피해자인 문체부 관계자 3~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우병우가 해당 인사들의 명단을 정관주(53ㆍ구속기소)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건네면서 인사조치를 지시하는 등 정상적인 인사절차를 뛰어넘어 부당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우병우의 월권행위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씨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인사 외압= 우병우가 공정거래위원회 인사에도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는 2014년 '좌파 영화제작사'로 찍힌 CJ E&M에 대한 표적 조사 지시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의 강제퇴직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박근혜 정부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등을 제작하면서 ‘좌파 기업’으로 분류돼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종용받는 등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에 대한 표적조사를 지시했는데, 담당 국장이 시정요구만 하고 고발조치를 하지 않는 등 입맛에 맞게 처리하지 않자 부당한 인사 조치를 하려 했고 이 때 나서 압력을 가한 게 민정수석 우병우라는 것이 특검팀 의심이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 16일 신영성 공정위 부위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앞서 지난 14일 부당 인사 피해자로 알려진 김모 시장감시국장도 소환 조사했다.
◆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감찰 활동 방해 =민정수석 우병우는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킨 당사자로도 낙인찍혀 있다. 우병우가 법무부를 통해 특별감찰관실 예산 집행 과정에 개입해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사실상 방해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백방준 전 특별감찰관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우병우가 특별감찰관실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내사할 당시 이를 방해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석수 전 감찰관은 재직 당시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첩보를 입수해 조사를 벌이다 돌연 중단한 바 있다.
이석수 전 특감은 지난해 8월 우병우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던 중 ‘감찰 기밀 누설’ 논란에 휘말려 옷을 벗었다.
◆ 세월호 해경본청 압수수색 외압= 우병우는 민정비서관이던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승객 대피 유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하려던 검찰에 우병우가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증등의 죄) "이 법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한 때에는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김성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방문해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위증 혹은 불출석한 증인들을 특검에 고발하고 국조특위 청문회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날 국조특위가 청문회 위증죄로 특검에 고발한 인사 중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우병우도 포함돼 있다.
우병우는 국조특위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청문회 증인 출석을 계속 거부하다 지난해 12월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해 요리조리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법 미꾸라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병우는 창문회에서 장모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같이 골프를 치는 등 막역한 사이라는 게 알려진 상태인데도 자신은 물론 장모 김장자씨도 최순실과 일면식도 없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했다.
#. 우병우 가족 회사돈 횡령 등 개인 비리 혐의
우병우는 민정수석에서 경질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해 11월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우병우는 감찰에서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개인비리 관련 조사를 받았다.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내용은 ▲ 처가소유 강남 땅 매각 특혜 거래 의혹 ▲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의혹 ▲ 우병우 아들의 운전병 특혜 선발 논란 등이었다.
결국 횡령과 직권남용과 관련된 것이 주된 내용인데, 횡령의 경우 금액에 따라서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만큼 이 부분도 특검이 주시할 가능성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벌률(특경가법) 상 횡령액이 5억원을 넘으면 3년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은 우병우 가족회사 '정강'이 이우환 화백의 작품 등 고가의 미술품을 매입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를 지난 4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우병우의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해당 내용을 아는 우찬규 대표를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종친사이로 우병우가 변호사 시절 우찬규 대표 아들의 형사사건 변론을 맡는 등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강은 2014년 학고재화랑에서 우찬규 대표의 권유로 이우환 화백의 그림 2점을 3억 1천만원에 사들였다. 정강은 이듬해 미술품 1억 3천만원 어치를 추가로 구입해 2015년 말 재무재표 기준으로 총 4억 4천만원 상당의 미술품을 보유했다.
특검은 우병우 아들이 의경으로 복무할 때 '꽃보직'으로 통하는 운전병으로 뽑은 백승석 경위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우병우에 대한 조사내용과 관련해 "수사대상인 특검법에 명시된 혐의 위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개인비리도 조사할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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