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비용 논란, 한미간 '미묘한 신경전'...미국 측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사드 비용 논란 증폭...美 "재협상" VS 韓 "기존 합의 유효"
정우진 기자
승인
의견
0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비용을 두고 한미간 서로 다른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국 측이 기존 입장을 바꿔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수그러들었던 효율성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현재 사드 배치 비용을 놓고 한국 측은 기존 협약대로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를 미국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 측은 "재협상이 필요하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사드 배치 비용 논란의 불을 지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폭탄발언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아 로이터 통신과 진행된 단독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군의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을 지불했으면 좋겠다"며 "사드 배치에 드는 비용은 약 10억 달러(1조 1337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한미 양측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사드비용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욱이 자칫하면 1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우리 군이 덤터기 써야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사드비용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3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전화 협의를 통해 기존 협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일단락하는 듯 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의 통화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용부담과 관련한 한·미 간 기존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는 대신 미국이 사드 배치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청와대는 또 맥마스터 보좌관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급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자국내 여론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 발언이란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1일 미국 측이 입장을 바꿔 재협의 가능성을 언급해 한미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맥마스터 보좌관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의 설명과는 다른 이야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
맥마스터 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측에 사드 비용 부담과 관련한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게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 발언을 재확인하며, 나아가 10억달러 청구를 위해 기존 사드 배치 합의를 파기하고 비용 부담과 관련한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날 안보실 명의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 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 간 통화와 관련해 전날 발표한 내용에 추가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맥마스터 보좌관이 언론 인터뷰시 언급한 내용은 한·미 간의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국방부도 이날 문상균 대변인을 통해 "사드비용 분담 문제는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사안으로 주둔군지휘협정(SOFA)에도 명시돼 있다"며 "재협상 사안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 =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취재진으로부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가서명 체결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다. / 출처 = 포커스 뉴스.
저작권자 ⓒ 스타에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