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송은이가 바라본 코미디의 위기

개그맨 방송사 시청자 모두가 자초한 코미디의 악순환

장영준 기자 승인 2016.07.26 00:00 의견 0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뷰어스=장영준 기자] 개그우먼 송은이는 올해로 24년째 활동 중이다. 송은이는 코미디의 전성기 시절부터 활약해 이제는 예능을 주무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대 위 개그는 그에게 고향이자 활동의 원천이다. 지금까지 개그우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코미디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를 제 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의 총연출이라는 중책을 맡게 했다.

언제부턴가 방송에서는 예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개그맨 뿐 아니라 배우 가수 등 활동 영역이 다른 이들도 예능에 진출해 맹활약 중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그맨들의 설 자리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 각 방송사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위기라고들 한다. 시청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중의 코미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줄어들고 있는 게 어쩌면 더 큰 문제다. 송은이도 이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고 총연출을 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짜서 재밌게 하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무대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리가 많이 줄었죠.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짜고 빵 터뜨리고 후속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예요. 일주일에 방송 프로그램 하나만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짜다가 퇴출되면 허탈감이 많이 와요. 감을 잃거나 지치면 안되거든요. 그러지 않도록 무대들이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미디언들이 똑똑하고 재능이 많아요. 부코페는 이렇게 따로 흩어진 재능들을 묶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구심점이 될 수 있어요."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이 코미디의 위기가 된 것일까. 송은이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다. 코미디를 만드는 사람들과 방송사들 그리고 그런 코미디를 보고 즐기는 시청자 모두가 코미디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 생각했다. 시청자들은 언제부턴가 코미디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보기 시작했고 방송사에서는 시청률을 이유로 종영 수순을 밟는 게 일상이 됐다. 개그맨들은 눈길을 끌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코너를 꾸려가다가 오히려 독이 되어 스스로를 자멸로 이끄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막상 코미디를 실제로 와서 보시면 호평들을 많이 해주세요. 직접 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들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거든요. 웃음의 기본은 공감이예요.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공연 코미디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르도 더 다양해져야 하고요. 예능도 코미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장치는 크게 다르지 않죠. 개그맨들이 예능에 강한 것도 웃음에 훈련된 친구들이기 때문이예요."

송은이는 예능에서 활약 중인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저 스스로 제 캐릭터는 약하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오래할 수 있었다고 보고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캐릭터란 무엇일가.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어느새 23년째 하고 있더라고요. 이제와서 캐릭터를 만들기도 애매하고. 그래도 저의 장점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남들은 안 가본 길도 가야 하고 숲을 헤치면서 가야한다고 하지만 저는 자신 없는 건 고사하고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많이 쉬었을 때가 리얼리티가 붐이었을 때에요. 재밌게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그래도 송은이는 여전히 '무한걸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한걸스'는 송은이와 신봉선 김신영 백보람 황보 안영미 김숙이 출연한 리얼리티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시청률 2%대를 기록하며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여성 예능프로그램의 하나로 주목받았다.

"저도 '무한걸스'가 없어져서 아쉬웠어요. 그때 방송 최초로 멤버들의 출산 장면을 공개하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신혼여행 몰래카메라로 찍고 그런 거 하자고. 얼마나 재밌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어요. 나중에 멤버들이 환갑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더라고요. 1년에 5~10회라도 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예능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콩트도 하면서요. 지금 절반이 시집을 갔고 절반은 그대로인데 그걸로 팀을 나눠도 재밌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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