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인상 주장 근거없다"..미국 일본 호주 10%이하, 유럽국들은 생필품엔 경감세율 적용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새누리당 핵심부에서 부가가치세 인상론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에는 극렬 반대하고 있어, 세수확대를 위한 대체 수단으로 부가세를 지목하고 군불을 지피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해당 기업과 고소득자들에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부가세의 경우 전 국민의 경제생활에 광범위하게 타격을 주는 간접세여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부가세 인상론의 근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 부가세율과  인상 시 추가 세금액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인 검토까지  마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열린 '2017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세제 개편 논의 방향과 관련해 "특정 세목에 대해 정치적 쟁점을 빼고 나면 솔직히 제일 손쉬운 것은 부가가치세"라고 말했다.

그는  "OECD 국가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20%대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0%로 매우 낮은데, 부가가치세율 1%만 올려도 6조원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김 정책위의장은 "고소득자·고소득 법인에 대한 과세강화 기조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등의 문제로 이 문제를 언급하기 어렵더라도 학자들은 토론회에서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발 뺐다.

하지만 내년 세제개편을 앞둔 시점에 집권당의 세제정책 방향을 입안하는 정책위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부가세 인상론은 야권의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론에 대한 대항카드로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 부가세율이 낮다는 건 맞는 말 아냐..미국 일본 호주 등 10% 이하

그렇다면 여타 OECD 회원국들에 견줘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이 매우 낮다는 김광림 정책위의장의 주장은 맞는 지적일까?

OECD에 가입한 35개국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소비세 개념 포함)은 지난해 기준 19.2%다. 우리의 부가세율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부가세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유럽국가들 때문이다.

유럽국가들의 표준 부가세율은 대부분 20%대다.  덴마크와 헝가리, 스웨덴이 25%이고 독일(19%)과 프랑스(19.6%),이탈리아(22%)도 20% 안팎이다. 가장 낮은 수준인 룩셈부르크와 키프르스도 15%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유럽 이외의 국가들은 부가세율(또는 소비세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캐나다 5%, 일본 8%,  오스트레일리아  10%, 뉴질랜드15%, 이스라엘 16%, 멕시코 16% 등이다. 
미국의 경우 주별, 도시별로 소비세율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주 8.44%, 뉴욕주 9.48% 등 대부분 10% 미만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치가 20%수준이라는 것은 단순 평균에서 오는 일종의 착시현상 이라고 할 수 있다.

OECD 가입구 중 유럽국가가 26개국으로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의 세율이 높다보니, 전체 평균치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 평균치는 액면 그대로 현실에 적용되는 세율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이중적인 부가세율 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통계에 들어간 유럽 국가들의 부가세율은 이른바 표준 부가세율인데, 덴마크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부가세 부과를 복수 세율 구조로 운영한다.

즉 표준세율은  어디까지나 기준이 되는 세율일 뿐이고 품목별로 이보다 낮은 경감세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감세율은 대체로 5~18% 정도인데, 표준 세율의 절반 정도인 경우가 많다. 

대다수 유럽국가들은 음식품과 의약품, 장애인용품, 책을 비롯한 각종 문화서비스와 생활필수품에는 경감세율을 적용한다. 영세율을 적용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유럽국가들에서도 생필품의 경우  실제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되레 낮은 부가세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의 경우에는 부가세에 단일세율로 적용한다.

따라서 유럽국가들의 표준부가세율을 기준으로 OECD 평균치가 20%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셈법이 아닌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 우리과 유사한 경제상황과 세법 구조를 가진 국가들에 비춰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이 낮은 것도 아니다.

◆유럽국가들 표준세율은 20%대지만 생활필수품엔 감경세율 적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국은 세수확대 수단으로 부가세 인상을 빈번히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다.
2009년 OECD 가입국들의 평균 부가세율이 17.6%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까지 5년간 1.6%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하지만 부가세 인상은 어느 나라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세수확대에는 이만큼 손쉬운 수단이 없지만, 서민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 소비세율(우리의 부가세와 같은 세금)이 8%인데, 이는 2014년 아베 신조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기존 5%에서 올린 것이다.

본디 지난해 10월에 다시 2%포인트 올려 우리와 같은 10%로 만들려고 했지만, 서민층의 반발과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소비세 인상시기를 2019년 10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 쪽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부가가치세 인상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김 의장의 발언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증세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격이긴 하지만, 과세 편의주의만을 생각해 부가세 인상을 논해서는 안된다. 부가세 인상은 상품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물가가 오르게 되고, 결국 소비를 위축시켜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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