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격 기습 배치, 대선 13일 앞두고...국내법 절차 무시, 차기 정부 결정 차단 논란

주한미군 26일 새벽 성주골프장에 사드 핵심 장비 대부분 공여부지내 반입...중국 즉각 반발

이예진 기자 승인 의견 0

주한 미군이 대선을 불과 13일 앞둔 26일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핵심 장비를 전격 배치하며 차기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수정 여지를 차단하려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드 배치는 또 당초 정부가 밝힌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 군당국은 26일 새벽 4시30분께 X-밴드 레이더(AN/TPY-2)와 차량형 발사대(2기)·교전통제소·전자장비 등 사드 체계의 핵심장비를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주한미군 공여부지에 반입했다.

사드 포대는 ▲X-밴드 레이더(AN/TPY-2) ▲발사대(Launcher), ▲요격미사일(Interceptors) ▲발사통제장치(Fire Control) 등 크게 네가지 장비로 이뤄져 있는데 사드 운용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가 반입된 것이다.

한·미 군당국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반입장비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사드 포대운용에 필요한 핵심장비들은 대부분 공여부지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드 장비 반입은 배치 시간을 새벽으로 택하고 장비 반입과 이동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민들의 저지 행동을 봉쇄하는 등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사드 배치는 성주골프장의 환경영향 평가와 기지 설계, 공사 등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장비와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는 모두 무시됐다. 국방부는 성주골프장을 미국 측에 공여하는 협의가 종료되면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을 거쳐 사드 장비가 배치될 것이라고 밝혀와 성주군 주민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임순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부녀회장은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어젯밤 8시까지 주민들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가,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 집에 들어가서 잠시 눈 붙이시라’고 했는데 오늘 새벽 1시 5분에 전화가 왔다. 사드가 들어올 것 같다고. 그래서 (집에서) 달려 나와 회관에 모였고, 제가 비상벨을 눌러서 주민들을 회관 앞으로 나오도록 했는데 그 상황에서 경찰들이 주민들 에워싸고, 일부 주민들을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충돌이 발생했다”며 사드 전격 배치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임씨를 포함해 80세가 넘는 고령의 주민 등 12명이 다쳤다.

국방부는 사드 전격 배치와 관련해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 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야밤에 국내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사드 장비를 전격 배치하며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국방부가 사드배치는 정치일정과는 무관하다며 합의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정무적인 판단을 제외하고서는 설명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초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사드 배치를 4~5월 안으로 마무리짓자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변적인 한국의 정치상황을 감안해 우선 사드 장비부터 전개하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6일 방한 당시 미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고문도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사드 배치가)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17일 “사드 배치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대선 이후에나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 부지의 기존 소유주였던 롯데그룹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국방부와의 부지맞교환 계약을 한달 간 끌어오다가 지난 2월26일 전격 승인했다. 국방부는 하루 뒤인 27일 부지교환 계약을 서둘러 체결했다. 외교부는 그로부터 사흘 뒤인 3월2일 부지공여 협상 개시를 선언했고, 50일 뒤인 지난 20일 주한미군에 30여만㎡의 부지 공여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군 당국은 부지공여 승인이 임박해 온 시점부터는 미군 주도의 기지설계가 끝나야 그것을 바탕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수 있고, 기반공사도 착수할 수 있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국방부 주도의 환경영향평가와 미군 주도의 사드 배치는 별개의 문제인데, 두 가지 독립된 절차를 엮어 서로 영향을 받는 것처럼 혼선을 초래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사드 부지가 미군 소유가 된 순간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돼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러한 속사정은 감춘 채 환경영향평가 운운하며 시선을 분산시켜 왔다"며 “이미 미군 주도로 사드 장비가 부지 안으로 반입된 마당에 국방부가 나머지 절차들은 준수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하나마나 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6일 주한미군의 사드 장비 전격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이 정식으로 사드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한데 대해 배치를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겅솽 대변인은 “중국이 한미 양국에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중국의 전략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그만두라고 요청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결단코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경고했다.

각 당 대선 후보들은 주한미군의 사드 장비 전격 배치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유감을 표명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국민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사드 반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성주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성주 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드 장비부터 먼저 반입한 것은 사드 배치가 국민합의는커녕 기본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절차를 무시한 이동 배치를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 그리고 한미양국의 협의과정을 거쳐 이 문제가 최종 결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후보 측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더이상 반대하거나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며 “한미 양국 간의 협조 아래 차질 없이 사드 배치가 이뤄져 연내에 완전한 작전운용능력을 구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측 손금주 대변인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도 전에 한밤중 기습배치라니 유감스럽다"며 “사드장비 반입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오래전부터 대통령 선거 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이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참 잘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심상정 후보는 "일방적인 사드 기습배치를 인정할 수 없다. 원천 무효"라며 "기습 배치는 우리 국민의 자결권을 원천봉쇄하고 주권을 짓밟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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