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2년 침묵까지 깬 망자의 수첩, 파장 어디까지

"헌재 결정 두달 전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 지시"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3
   
▲ 이정희 전 대표 등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스타에이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지난 2014년  해산된 통합진보당 문제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김영한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민정수석에 임명됐다가 2015년 1월 사직했다.  

그는 이후 과음 등의 영향으로 지난 8월 갑작스레 사망했다.

김 전 수석의 모친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때문에 (김 전 수석이) 몹시 괴로워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김영한 전 수석의 민정수석 시절 수첩이 공개된 것도 그의 모친이 허락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건과 관련해서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 전 실장이 핵심 인물로 제기됐다.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통진당 해산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 두달 전인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를 지시한 사실이 뚜렷이 적혀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린 것은 2014년 12월 19일이다.

이정희 전 대표는 "2주 뒤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연내 해산심판을 정하겠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대로 기일이 정해지고, 청와대 주문대로 강제해산이 결정된 것"이라며 "청와대가 삼권분립마저 훼손하며 헌법을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전 대표는 "김기춘 전 실장이 이끄는 대통령 비서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 통진당에 대한 정치보복의 컨트롤타워였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장도 공모한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청와대 지시에 헌재소장이 따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회견에는 이정희 전 대표 이외에 김미희 김선동 오병윤 김재연 이상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통진당 출신으로 울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윤종오 의원도 자리를 같이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2일 공개한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2014년 10월4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라고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문구 자체로 보면 김기춘 실장이 헌재 결정과 관련해 어떤  개입을 했는 지는 분명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메모를 한 당사자가 헌법재판소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기춘 실장이 부하인 김영한 수석에게 헌재의 결정선고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내렸다는 것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정희 전 대표 등의 기자회견 전에도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 청와대가 헌재의 결정 과정에 개입했거나, 역으로 헌재가 청와대 쪽으로 관련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회견문 발표 후 이정희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악행 중 가장 중대한 악행이다. 사건 실체는 조속히 드러나야 하고 관련된 자들은 누구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통진당 위헌정당 심판은 통진당 핵심 인물 중 한명이던 이석기 전 의원이 2013년 9월 내란 음모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촉발됐다.

이후 같은해 11월 5일  법무부가 국무회의에 긴급 안건으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상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전자결제로 이를 서명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시작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직접 정부 대리인으로 나서 통진당 해산 심판을 주도했다. 

헌번재판소는 2014년 11월 25일 최종변론을 거쳐 같은해 12월 19일 재판관 9명 중 찬성 8명, 반대 1명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렸다.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동시에 상실 선고했다. 

정부가 위헌정당 해산제도에 따라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하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 강제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통진당 건이 헌정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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