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이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보여준 용기있는 모습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청문회에 나온 대부분의 인사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반면 노승일 부장은 성역을 가리지 않고 사실을 드러내는 당당한 자세로 일관했다.
최순실에서 우병우, 삼성까지 '역린'을 건드린 대가는 이미 그를 위협하고 있지만, 노승일 부장의 소신을 굽히지는 못했다.
노승일 부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7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신변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승일 부장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삼성 관련 사안 등에 대해 거침없이 속에 있는 말을 다 했다.
노승일 전 부장은 이날 청문회 말미에 “이번 청문회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승일 부장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성태 국조특위 김성태 위원장은 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에게 국회 경호원을 대동해 귀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노승일 부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변 위협을 당하고 있는 느낌이냐'고 묻자 노승일 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노승일 부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녹취파일 관련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서초동 편의점에서 만난 분이 저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했다”며 “이후 1시간도 안 돼 충정로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도 그분이 와 계셨다”고 밝혔다.
노 부장은 “(미행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남자분이었고 체격은 저와 비슷했다. 짧은 머리에 안경을 끼고 검정 코트를 입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미행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나"는 질문에 노승일 부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7차 청문회를 마무리하면서 김성태 위원장은 “노승일 증인 정말 수고 많았다”며 “국회에서 안전 귀가를 위해 경호원을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말 발언 기회에 노승일 전 부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승일 부장의 이런 불안이 실체가 있는 것이고 미행이 사실이면 예삿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인에 대한 협박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사법정의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인협박은 그 자체로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도 치명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노승일 부장은 지난달 5차 청문회에서 "청와대, 박근혜라는 거대한 사람과 박근혜 옆에 있는 거머리 최순실과 삼성이랑도 싸워야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박근혜, 최순실에 삼성까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절대권력의 총합과 맞서싸워 이겨야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는 의미다.
노승일 부장이 5, 7차 청문회에서 건드린 '역린' 중 하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의 관계 부분이다.
사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최순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가장 전반적으로,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라고 봐야 한다.
2014년 5월부터 2016년 말까지, 민정수석실에서 청와대 안팎의 고급 정보를 죄다 취급했던 것이 우병우 전 수석이다.
세월호 수사도,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도, 이석수 특별감찰관 파동도 모두 우병우 전 수석의 손을 거쳐 처리됐다.
처가와 최태민 집안 관계 등 수많은 증거의 편린들이 쏟아지는데도 우병우 전 수석은 여전히 최순실을 모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과 최순실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를 온전히 밝히는 데 첫번째 관문이다.
노승일 부장은 9일 청문회에서 최순실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서로 아는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날 노승일 부장은 '최순실과 우병우 전 수석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청문위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부장은 하지만 최순실-우병우의 관계를 입증할 더 이상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노승일 부장은 다만 K스포츠재단에서 직원을 뽑을 때 신원자료가 어딘가로 보내져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 같았는데, 이 검증 작업을 한 곳이 "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부장이 '민정'이라고 한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간접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노승일 부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5차 청문회에서도 "파장이 너무 클 것같다"는 말과 함께 김기동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차은택과의 관계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법률적 조력자가 김기동 단장인데, 김 단장을 차은택에게 소개해준 인물이 우병우 전 수석이라는 것이다.
차은택은 최순실의 최측근이었고, 결국 우병우와 최순실 차은택은 서로 친밀한 관계라는 증빙이 될 수 있는 발언이다.
노승일 부장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폐부도 거침없이 증언했다.
노승일 부장은 9일 청문회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궁극적으로 통합하고 이 통합법인에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이후 (이사장으로) 취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러 정황상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고 진술했다.
하태경 의원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노승일 부장은 "재단이 직원을 채용할 때 신상정보가 어딘론 가 넘겨져서 철저하게 검증절차를 거쳤다. 그런 것으로 미뤄 나중에 박 대통령이 올 것에 대비해 미리 문제없는 사람들만 뽑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승일 부장은 최대 재벌 삼성도 서슴없이 언급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이 삼성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며 삼성과 최순실의 관계에 대해 노 부장에게 질문했다.
노승일 부장은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과 관련해 "전적으로 최순실이 갑이었다. 삼성은 마장마술과 장애물에서 3명씩 선수를 뽑아 독일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시켜 유망 선수를 만들기로 했는데 뽑는 것 자체에도 최순실이 다 관여했다"고 말했다.
천하의 삼성이 '을' 이 되는 굴욕을 무릎쓰고라도 비선실세 최순실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는 노승일 부장의 이 진술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또 다른 주요한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승일 부장은 '아직도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이어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의 역린까지 건드린 셈이다.
사진=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포커스뉴스, 채널A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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