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노무현 8주기에...남색 정장·직접 올린 올림머리 생중계, 최순실은 외면

구속 53일만에 대중앞에 모습 공개..수인번호 503, 407호 법정에 "국민참여재판 원하지 않아"

이예진 기자 승인 2019.03.05 13:49 의견 0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로 파면 후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포커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첫 형사제판에 출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 출석을 위해 이날 오전 8시37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떠나 9시 10분쯤 서울 서초동 법원에 도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동하는 동안 경찰이 경호를 지원했으며 별도의 교통 신호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호송차에서 내려 건물 지하 통로로 들어가 법정 대기실로 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갑을 찬 채 수인번호 '503'을 상의에 달았으며 미결수 신분으로 수의 대신 사복을 입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머리 집게를 사용해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는 고수했다. 구치소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핀으로 올림머리를 하고 호송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3월3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후 구속된 후 53일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을 시작했다.

417호 형사 대법정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판이 있었던 법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3번째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한 올림머리를 한 채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재판 과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부터 재판부의 개정 선언 전까지 2~3분 정도가 언론에 공개돼 지상파 3사, 종편 등 방송사에 의해 생중계 됐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나란히 재판정에 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옆 자리엔 유영하 변호사가 동석했고,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던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라는 김세윤 판사의 재판 시작 전 신원 확인 질문에 일어서서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의사가 있는지도 물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원하지 않습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들은 뒤 이어진 인정신문에서 최순실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인적 사항 확인에 답했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쪽은 쳐다보지 않고 재판정 앞쪽만 응시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과 16일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5개의 협의를 받고 있지만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선 공판준비절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은 "삼성 관련 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고 약속받은 혐의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가법상 뇌물·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공무상 비밀누설 등 15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61)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3억원(실제 수수액 298억2500만원), 롯데로부터 70억원의 뇌물을 받고(이후 반환), SK에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적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최씨에게 청와대·정부부처 공문서 47건 유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부당 인사,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사퇴 압력 등의 혐의도 받는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사전에 방청권을 신청한 일반인들도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일반인들의 재판 참석은 지난 19일 법원에서 방청권을 응모 받아서 추첨했는데, 68자리를 뽑는데 525명이 몰려 경쟁률이 7.7대1에 달했다.

구치감 앞은 첫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모여든 취재진 100여명으로 북적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된 서울구치소 주변에는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 등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일인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된다.

정권교체 이후 처음인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 전·현직을 포함해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