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즈가방 프라다신발처럼 국정농단 최순실 입도 멋있게 열릴까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주역이 검찰 조사실로 들어가면서 이 사건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수사대상과 관련해서는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느냐 마느냐,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최순실(60·현재 이름 최서원)씨는 전일 검찰에 통보한 대로 3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검찰 청사 입구에는 오전 일찍부터 200여명  기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이 진을 치고 최씨를 기다렸다. 검찰 출입 기자들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씨에게 질문할 사람과 질문 내용까지 사전조율했지만, 모두 허사가 됐다.

예고한 오후 3시 바로 직전에 검은색 승용차에 몸을 싣고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 도착한 최씨는 기다리던 인파가 너무 많은 데 놀랐는 지, 변호인의 말대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지, 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맥이 풀린 모습이었다.

벙거지 모자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은 최씨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하였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하진 않았지만 조금은 울먹이는 듯 했다. 한 순간 무슨 외마디 같은 것을 했지만 주변 소음에 묻혀버렸다. 나중에 풀된 팩트는 이 때 최씨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한 말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였다고 한다.

잠시 휘청이던  그녀는 이내 검찰 수사관들에 이끌려 청사안 엘리베이터 입구쪽으로 움직였다. 공들어 그어놓았던 포토라인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고 기자들과 시민들은 최씨의 발걸음을 따라 뒤엉키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최씨가 청사 입구 회전문에 접근하는 순간 그녀의 몸이 앞쪽으로 꼬꾸라지가 싶더니 누군가의 발에 밟혔는 지 신발 한쪽이 벗겨졌다. 운동화 비슷한 캐주얼 구두였는데 까만색 가죽에 아랫부분에는 흰색 고무테두리가 쳐진 신발이었다.  신분 안창에는 'PRADA'라는 상표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아, 프라다를 신는구나" 최씨 주변에 있던 누군가가  순간 내뱉았다. 벗겨진 신발은 검찰 직원이 주워 최씨에게 되돌려 줬다.

결국 기자들의 정성드려 준비한 질문들은 무용지물이 됐고, 최씨는 검찰 수사관들의 팔짱에 이끌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잔뜩 고생만 하고 허탕친 기자들이 안쓰러웠던 지, 아니면 최씨의 부탁이라도 있었던 것인 지, 검찰은  최씨가 엘리베이터를 탄 이후 한 말을 한마디 전해주었다.

검찰 전언에 따르면 최씨는 엘리베이터를 타자말자 일단 벙거지 모자부터 벗고 "국민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좀전 아수라장 속에서 기자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한 말까지 합치면 두번째 대국민 사과를 한 셈이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검찰에 출석할 때 청사 입구가 너무 혼란스러워 다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크게 다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그간 공황장애를 앓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현재 약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검찰의 허락을 받고 밖에서 약을 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최근 수년간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전했다.

애초에는 최씨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극 소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날 이경재 변호사도 "3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최씨와 청와대가 최근 보인 행적에 비추어 그가 과연 검찰조사에서 진상을 있는 그대로 진술할 지는 미지수다. 

최순실 외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보는 여론의 눈길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다. 29일과 30일 진행된 청와대 압수수색에서 대통령 친인척과 친구 등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집무실을 대상에서 뺐다. 더구나 30일 오전 돌연 귀국한 최순실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최씨에게 30시간이 넘는 시간적 여유를 주면서 스스로 의구심을 자아냈다.  

검찰은 최순실씨를 상대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 두 가지 큰 줄기를 모두 캐야 한다.  

최씨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출연금을 모금하고 운용하는 데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승철(57)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통해 기업들에게 ‘강제 모금’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재단 설립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자금 모금 과정에 관여했는지 캐물을 예정이다.  

재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최씨를 사법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씨가 단순히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재단 자금을 사적으로 빼돌리거나 유용했다는 점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재단 관련 비리를 밝혀내더라도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기물 문건을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까지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면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국정농단이라는 게 국민들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jtbc가 지난 24일 첫 보도한 '태블릿 PC'를 누가 실제로 사용했느냐를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다. 

최씨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태블릿 PC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최씨가 지목한 고영태씨도 "태블릿PC는 자기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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