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이지] 6일 오전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특조위원들은 이재용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배경과 최순실- 정유라 모녀에게 수십억원을 송금한 이유 등을 집중추궁했다.
특조위원들은 삼성의 이같은 행위가 지난해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이를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3세 승계 작업 완료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에 질문의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사전에 치밀히 준비한 듯 중요한 질문마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뼘하거나 동문서답하는 방법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결국 이날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한 증언 가운데 '영양가' 있는 것은 "앞으로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로써 전경련 해체론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통합삼성물산의 지분 17.23%를 확보해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물산과 합병한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통합삼성물산의 지분으로 환산된 덕분이었다. 합병전에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전혀 없었다.
삼성물산은 그룹 핵심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4.25%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지분율 7.88%)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번째 대주주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그룹 지주회사격이 된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고, 3세 승계 작업도 사실상 완성한 셈이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나의 삼성그룹 승계와는 관련없는 일이다"고 했다.
결국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삼성물산 합병 및 자신의 삼성그룹 승계는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지난해 9~10월 최순실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 스포츠’의 전신인 ‘코레 스포츠 인터내셔널’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유로(당시 환율 기준 35억원)를 보냈다. 이 돈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10억원대 말 ‘비타나V’ 구입과 현지 승마 대회 참가 지원, 전지훈련 등의 비용으로 사용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에 대해 "문제가 되고 난 뒤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최순실의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를 통해 정유라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정유라가 누군 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도종환 의원이 "왜 정유라를 지원했느냐"고 거듭하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무엇이었는 지는 앞으로 박영수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도 주요한 단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 등 총 204억원을 두 재단 설립기금을 출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두 재단이 설립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두 사람 간에 무슨 말이 오갔는 지에 따라 삼성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의 성격이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 시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관련 활동을 더 열심히 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없었고 기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독대할 시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 이야기를 한 걸로 기억하고 는데, 독대가 끝나고 나서도 무슨 뜻인 지 몰랐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은 문제가 되고 나서 챙겨봤는데 실무자 선에서 처리한 것”이라며 본인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황영철 의원의 질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문화융성과 체육 발전에 삼성도 지원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발언했다.
이 부분도 특검이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정전반에 대해 총괄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이 정도였다고 해도 추후 삼성이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과 '포괄적 의미의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서도 이런 부분이 문제됐는데, 대법원은 포괄적 뇌물죄 법리를 내세워 돈을 받은 대통령과 돈을 준 재벌들 모두에게 유죄판단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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