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헌칼럼] '최순실 대통령, 박근혜 대변인'이 가능한 종교적 이유

"신의 계시를 받는 사람이나 예지력을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멈추는 현상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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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변호사.법부법인 천고 대표변호사로 국제거래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우째 이런 일이…" 1990년 대 초반 많이 회자됐던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 관련 대입 부정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대통령이 외마디 비명처럼 내뱉은 말이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혹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한탄인 것이다. 

며칠 동안 ‘어떻게 이런 일이’를 외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식당에서, 카페에서, 혹은 술집에서 사람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 이야기를 꺼내고, 대화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한숨으로 끝난다. 

일각에서는 최순실사태를 놓고 고려 공민왕 때 신돈과 러시아의 라스푸틴에 버금가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승려인 신돈은 공민왕의 신임을 얻어 국정을 장악했다. 수도사이던 라스푸틴은 러시아 로마노프왕조의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신임을 얻어 국정을 농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에서 라스푸틴이 로마노프 왕조에 저주를 내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실제 궁금해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그런데 최순실사태가 현재 한국을 강타한 심각한 사건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무당, 점쟁이, 종교지도자등 예지력이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이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보고 판단하고 느끼고 교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인격체인 인간이 자신의 이성과 자유의지를 활용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의 계시를 받는 사람이나 예지력을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멈추는 현상이 생긴다. 즉 자기 통제권을 상대방에게 내어 주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첫째, 일반인들은 누군가 신이 계시해 준다고 말할 때,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정확히 미래를 예견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면 그것이 진짜로 신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짜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이들의 말이 신의 계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들을 신의 대리자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신의 계시라고 믿고 따르시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신의 계시를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차피 신의 계시라는 것이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판단하지않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라고 착각한다. 

심지어 그 예지력이 틀려도 ‘당신이 잘 못해서 신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면 더 이상 따질 수도 없다. 역시 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이 말을 믿는 것이 더 편하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간이 가면서 거부하기 더 힘들게 된다. 그동안 신의 뜻에 따라 왔기 때문에 신을 배신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홀로 서기를 하려고 해도 그동안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거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돌아보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만 것이다. 

둘째, 신의 계시나 예지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을 지배하려고 한다. 예지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지력이 정확하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하다. 다른 사람이 자기의 말을 따르면 신에게 순종하는 길이고 자기의 말을 거부하는 자는 신에게 불복종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말을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만족하고, 도와 준다는 명목으로 이들의 삶에 더 깊숙이 간섭하려고 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앞에만 오면 머리를 숙이고 자기의 뜻을 따르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쾌감을 느낀다. 자기의 말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심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점점 사람을 지배해 가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예지력이나 이들의 말하는 계시는 엉터리가 많다. 그런데, 이것을 분별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 말을 믿고 엉뚱한 길로 가게 된다. 돌아보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제한된 사고력과 경험으로는 이 세계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신의 계시를 말하고 예지력을 이야기해도 다 맞지 않는다. 엉터리가 많다. 그래서 분별을 해야 한다. 속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분별없이 영험한 사람이나 예지력을 가진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면 끝은 대체로 수치와 파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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