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양심선언할까?

'법꾸라지' 조윤선 옥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 김기춘 넘어 최순실까지 확산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 호기심 거리가 하나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영접하면 될터지만 문제는 펑리위안 여사였다.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 등 독자적인 일정을 소화할 때 부인인 펑리위안은 뭔가 다른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이때 누가 그녀를 동행해 영접하느냐, 즉 한국측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누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같은 달 3일 시진핑 주석 부부의 방한과 함께 밝혀진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는 바로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었다.

정치인 조윤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가 꼭지점에 달한 시점이었다.

한편, 그 무렵에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문체부로 하달됐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 따르면 2014년 6월 김소영 청와대 문화체육 비서관이 A4 용지에 빼곡히 수백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을 적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면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문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김소영 비서관은 조현재 차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출처를 묻자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유 전 장관은 전했다.   조윤선씨가 정무수석이 된 것은 그 해 6월12일이다.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로 권력의 정점에 있던 조윤선 장관이 당시 주력한 일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이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조윤선 장관 집무실과 집, 문체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제보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를 상당수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룡 전 장관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문건으로 내려오기 전에도 구두에 의한 청와대의 문화예술인 제재 지시는 빈번하게 있었다고 한다.

2013년 8월 김기춘씨가 대통령 비서실장에 취임한 이후부터라고 했다.

이런 정황 탓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조윤선 라인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짐작됐지만, 이것은 말단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최순실로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에게 필요성을 말했고 이를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무수석실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물론 정무수석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 최적의 부서는 아닐 수 있다. 민정수석실도 있고 교육문화수석실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나 김기춘 실장도 문화예술인을 편갈라 지원금 등을 차별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반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이런 반헙법적 행위를 '흉금을 터놓고' 같이 도모할 수 있는 인물로 당시 정무수석이던 최측근 이정현, 조윤선을 지목했을 수 있다. 

유진룡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문건 형태로 내려온 뒤 부정적 반응을 보인 문체부 간부들은 속칭 '솎아내기'를 당했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에 최고의 권력의지가 담겨있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났지만 당시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이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의 최종 귀착점을 최순실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판단인 셈이다.

결국 블랙리스트 건도 최순실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작업까지 마무리돼야만 실체적 진실이 온전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28일 이혜훈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한 폭로는 블랙리스트 규명에도 주요한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에서 (조윤선 장관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한)그런 발언들이 나간 뒤 (제보) 전화를 많이 받았다. 재벌 사모님이라고 표현을 하더라. 재벌 사모님들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나한테 최순실을 여왕님 모시듯 데리고 온 사람이 조윤선 장관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이런 전화를 받은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조윤선 장관은 강력히 반발했다.  조 장관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이혜훈 의원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조윤선 장관이 최순실과 안면이 있는 관계라는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장제원 개혁보수신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조윤선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 업무시간에 최순실 등과 함께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스포츠마사지센터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제원 의원은 당시 "이 같은 내용의 비위 사실을  당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팀이 조사를 하다가 무마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 자리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도 동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도 조윤선 장관은 "최순실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조윤선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은혜'를 많이 받은 정치인이다. 초대 여성가족부장관에서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다시 문체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다. 

총선 준비를 위해 잠시 서초구에 짐을 푼 것으로 제외하면 줄곧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결국 블랙리스트의 검은 내막을 밝혀내면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마지막 철의 장막도 벗겨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관련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선 장관도 특검에 불려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야권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건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윤선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잡아뗐다"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즉시 사퇴하고 참고인 조사가 아니라 피의자로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집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며 "더 이상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긴급 체포해 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물론 최순실도 모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최순실이란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얘기도 해 본 적이 없다. 천 번 만 번을 물어봐도 제 대답은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모른다'던 조윤선 장관의 말에는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블랙리스트가 있느냐, 없느냐"는 김민기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지금 언론에서 언급하는 블랙리스트가, 여러 종류가 언급되고 있고 부처 내에서 이 일을 전체적으로 아는 직원이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이 계속 반복되자 조윤선 장관은 "제가 문체부에 와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사실확인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검이 조사하고 있으니 사실관계를 밝혀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윤선 장관은 최순실이 한창 국정농단에 몰두해 있을 때 박근혜 정권의 정점에서 권력을 향유한 인물 중 아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즉 '3대 법꾸라지' 중 한명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장관은 모두 법률가 출신이다.  당연히 증거인멸에도 능통할 것이다. 

우병우 전 수석처럼 조윤선 장관도 청와대 근무 당시 업무수첩과 휴대폰은 이미 찟어없애거나 교체했을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생도 이젠  '법꾸라지'라는 말을 알 지경이다.

블랙리스트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가라앉은 세월호 만큼이나 두고두고 '인간' 조윤선을 괴롭힐 것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털고 가는 것이 '실력있는 미녀 법률가' 조윤선에게 어울리는 일일텐데, 그에게 양심선언을 할 만큼 뜨거운 피가 남아있는 지는 모를 일이다.

사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포커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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