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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가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에 애초 공개된 것 이외에 '생활환경'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항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의연 판사는 또 지난달 특검이 재청구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구치소 수감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의연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에 알려진 것 외에도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와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등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연 판사가 기각사유에 적시한 '피의자'는 당연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수수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지칭한다.
19일 오전 조의연 부장판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직후 언론에 알려진 기각사유는 ▲뇌물관련 범죄에 필요한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 소명 부족 ▲ 삼성의 지원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 및 법리 다툼의 여지 ▲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 및 진행 부족 등이었다.
조의연 판사가 제시한 기각 사유에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가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 법감정은 물론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형사소송법(제70조)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사유로 ▲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어 같은 조항 제2항에서 "이들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이런 규정 탓에 통상 피의자의 주거가 불안정하면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된다.
역으로 해석하면 주거가 안정돼 있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 즉 대기업 총수 등 부유층의 뇌물, 횡령 등이나 고위 공직자의 부패 사건 등에서는 주거가 안정됐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조의연 판사가 다룬 이재용 부회장 같은 재벌 비리사건의 경우 주거안정 여부를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고려한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고려 사항으로 '피의자의 주거'를 거론한 것이 국민 법감정은 물론 법조계 관행에 비추어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조의연 판가가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에 '생활환경'이란 말을 제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조의연 판사가 '생활환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주거안정과 도주우려가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생활환경이 좋으니 주거가 안정됐고, 안정된 주거가 있으니 도주우려도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조의연 판사의 판단으로 추정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생활환경'이 최고 수준일 것란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탓에 조의연 판사가 기각 사유로 '생활환경'을 적시한 것이 단순히 도주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넘어 '구치소 수감생활은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너무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배려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좋은 '생활환경'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가 된 것도 전례 없고, 더욱이 뇌물공여와 횡령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있어 기각 사유가 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주거안정과 마찬가지로 좋은환경을 구속 여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앞으로 재벌이나 부유층 중에 구속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의연 판사가 기각사유로 든 또 사유인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도 지나치게 기계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검이 뇌물 수수자로 지목한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다.
결국 조의연 판사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을 먼저 구속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반적인 뇌물사건이라면 조의연 판사의 이같은 판단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에도 맞는 것일 수 있다.
뇌물을 받은 쪽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뇌물을 준 사람을 먼저 처벌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 측면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조의연 판사는 이런 '원칙'을 이재용 부회장 건에도 적용한 것이다. 그야말로 '법대로' '관행대로'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검 이전 검찰특별수사본부의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특검의 대면조사 방침 발표 이후에도 조사를 받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순실씨는 특검이 수차례 소환했지만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응하지 않고 있고, 결국 특검이 계속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불소추특권이 있는 박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 특검으로선 조사를 강제할 수단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의연 판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 등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 로 든 것은 이같은 현실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한, 조의연 판사의 판단대로라면 헌재에서 탄핵이 가결되거나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나 이번 뇌물관련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감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수석의 수감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담당 판사는 차은택, 김종, 정호성 등 3명에 대한 수감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한정석 판사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수감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변론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특검은 일부 혐의자만 압수수색했을 경우 다른 혐의자들이 준비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다.
조의연 판사는 이 재청구된 압수수색영장을 심리했는데, 조 판사는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또다시 기각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주범에 대해서 영장을 기각하고 상대적으로 변두리 인물들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수감실 압수수색의 성격에 비추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2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1995년 해군 법무관을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서울고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쳐왔다.
조의연 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3명의 영장담당 판사 중 한명으로 보임돼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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